올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전 년에 비해 비교적 열대야 밤은 적었으나 대낮의 더위는 어느 해보다 무더웠다. 7월 말부터 8월 둘째 주까지 경마장 별로 한 주간의 휴장을 마치고 이번 주부터는 한국 경마가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38도까지 올라가며 열대 기후를 방불하게 했던 폭염도 삼복을 지나고 입추가 지나자 슬그머니 주저앉는다. 절기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실감케 한다. 곧 9월이 오고, 곧 가을도 오겠다.

서울, 부산 경마장은 지난해 연말부터 당세마를 마방에 입사하기 시작해 봄이 오면 본격적으로 두 살 배기를 입사하며 경주마로 육성하기에 바빠진다. 서울경마장의 조교사는 42개 마방 42명이고, 부산경마장은 28개 마방 28명의 조교사가 경주마 사양 관리를 한다. 한해 내내 입사한 망아지들을 정성껏 살펴 경주마로 잘 쓰이게 하는 것이 그들의 엄중한 임무다. 잘 만들어 좋은 성적을 거두면 유명 마방으로 부상 돼 마주로부터 많은 경주마를 위탁 받으며 명예와 부를 동시에 축적할 수 있으며 '경마인'으로 인정을 받는다.

서울경마장 42개 마방이 현재 보유한 경주마는 총 1,745마리다. 그 중 국산마가 82.5%인 1,438마리고 외산마가 17.5%인 307마리다. 가운데 입사는 했으나 능력검사를 아직 합격하지 못한 미검마가 350마리니 실제로 경주로에 투입되는 경주마는 1,395마리다. 서울경마장 한 달 동안 시행되는 경주 수는 통상 80개 경주 정도다. 경주 당 17마리 정도 출전할 기회가 있으나 실제로 경주 중 다치거나 상태가 좋지 않아 출전을 보류하는 경주마들 때문에 경주 당 열 마리 내외로 편성된다. '파트 투' 국가로서 경주마가 많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부산경마장은 28개 마방에서 1,225마리의 경주마를 사양 관리한다. 마방마다 관리 마리 수가 최저 22마리에서 최고 42마리까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새롭게 개업한 마방과 개업 기간은 비슷해도 성적의 편차로 보유마의 숫자는 언제나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모든 마방의 일생의 간절한 꿈은 보유한 경주마 가운데 명마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 그 꿈을 위해서 마방 온 식구들이 새벽부터 경주마의 사양과 관리에 온 힘을 쏟는다. 부산 한 달 간 경주 수는 통상 56개 경주지만 미검마를 뺀 988마리로 경주를 운영하니 서울보다는 자원이 좀 나은 편이다.

각 마방의 꿈이 우수한 경주마의 발굴 즉 ‘글로벌히트’ 같은 명마의 발굴에 있다. 5월은 각 마방의 꿈이 시작된다. 망이지가 입사해 첫 출전을 하는 5월 말쯤이기 때문이다. 각 마방의 긴장은 최고조로 올라갈 수밖에 없겠다. 마방의 최고 책임자 조교사를 필두로 마방의 관리사들 모두 경주마 첫 출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먹이는 것부터 재우고 훈련하는 것 어느 하나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겠다. 5월 말에 열리는 1개의 두 살 배기 경주는 그래서 모두에게 꿈의 시작이다. 경마팬들은 두 살 배기 경주를 잘 따라가면 한해 농사 뿐 아니라 몇 년 농사의 밑거름을 만들 수 있다.

6월, 7월, 8월로 치 닫으며 두 살 배기 경주는 차츰 경주 수가 늘어나고 드디어 8월 셋째 주인 이번 주 일요일 서울경마장 제8경주 1200m 거리 국산 두 살 배기 첫 특별경주인 제7회 Rookie Stakes@서울이 펼쳐진다. 물론 부산경마장 일요일 제6경주 같은 1200m거리 역시 첫 특별경주인 제5회 Rookie Stakes@영남이 펼쳐진다. 이 두 개의 특별경주가 의미가 있는 것은 올해 어느 마방에서 예비 준마가 탄생하느냐에 관심이 집중되기도 하겠지만 올해 우리가 생산하는 국산 신마의 격이 어느 정도인가도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30년 전 한국 경마로 되돌아가 보면 국산 두 살 배기 특별경주를 8월에 치를 수 있단 것 자체가 꿈 같은 일이었고, 부산경마장은 거의 모든 경주를 국산마(93%)로 치른다는 것 또한 꿈만 같던 일이 현실이 된 것이다. 서울경마장도 82.5% 국산마화 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겠다. 이제 남은 과제는 얼마나 국산마의 질적 수준을 어떻게 높이느냐 는 것이다. 한국 최고마 ‘글로벌히트’가 올가을 펼쳐질 ‘코리아컵’에서 일본 경주마 세 마리와 한판을 어떻게 펼칠 것인가는 현실을 직시할 현장이 되겠다.

망아지는 조숙형이 있고, 대기만성형이 있다. 일찍 두 살 배기 시절에 두각을 보이는 준족도 있지만, 뒤늦게 시동이 걸리는 준족이 있다. 이번 루키 특별경주에서 저조했더라도 그 잠재력을 재발견하는 것이 조교사의 몫이고 경마팬들의 열렬한 응원이다. 이 두 개의 특별경주에서 조숙형 기대주가 발굴된다면 두 달 후 10월 서울경마장에서 제21회 농협중앙회장배 대상경주가 준비되고, 부산경마장에는 제7회 김해시장배 대상경주가 같은 거리 1200m로 펼쳐진다. 이어 11월에는 올해 입사한 두 살 배기 축제의 달이 온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 한해 꾸준히 입사한 두 살배기의 진정한 강자 한국 경마가 2025년 한해 경주마의 결실을 내세울 양 경마장의 대상경주가 세 개나 준비된다. 한국 경마의 발판을 마련하는 단계를 차곡차곡 만들어 간다. 이모든 두 살 배기 특별, 대상경주를 통해 마주들은 2025년 '트리플크라운'을 꿈꾸고, 각 마방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달린다. 그러면서 모두 ‘글로벌히트‘의 방동석 마방처럼 우뚝 설 수 있길르 꿈꾸겠다. 무더운 여름에 쏟은 땀 방울들이 헛되지 않으려는 각 마방의 두 살 배기 축제 두 개의 특별경주에 응원과 박수를 보내러 가야겠다.